()||9<黑屏1>0,10黑屏1>BGM_Empty:
()||9<黑屏2>:밝고 넓을 것 같았던 건물의 내부는, 바깥의 햇빛마저 전혀 들어오질 않아 방향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깜깜했다.+발밑의 단단한 바닥의 촉감마저 없었더라면, 지금 내가 똑바로 서 있는지도 의심스러웠을 것이다.
()지휘관||:카리나, 이 구역 스캔 가능해?
NPC-Kalin(4)카리나<通讯框>||:잠시만요... 됐어요. 이 공간의 서브 도메인인 모양인데, 권한 할당이 뒤죽박죽인 게 마치 누가 사전에 마구잡이로 설정을 덮어씌워 놓은 것 같아요.
()지휘관||:...비전공자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줘.
NPC-Kalin(3)카리나<通讯框>||:그러니까, 지금 지휘관님이 계신 구역은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연극처럼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"각본"이 미리 다 정해진 상태예요.
()지휘관||:연극이라...
()지휘관||:헨리에타?+아직 앞에 있지?
()||:내 부름에 대답하듯, 헨리에타는 내 손을 잡은 그 부드럽고 작은 손에 살짝 힘을 주면서 계속 나를 어디론가 안내했다.+여전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, 혼자가 아니란 걸 깨달으니 안심이 되었다.
()지휘관||:여기에 전등이라든가는 없니?
Henrietta(1)헨리에타||:없어요.+"어둠 속은 아무것도 알 수 없어서, 상상력을 발휘하기 가장 좋은 곳이다."+...라고 마르코 씨가 말씀하셨어요.
()지휘관||:마르코가, 누구였더라...?
Henrietta(4)헨리에타||:안젤리카의 담당관이요.+죠제 씨, 혹시 어디 편찮으세요? 과로로 건망증이라도 생기신 거예요?
()지휘관||:아, 아니, 난 괜찮아. 그냥 잠깐 기억나지 않았을 뿐이야.
Henrietta(1)헨리에타||:흐음... 죠제 씨도 의외로 칠칠치 못한 면이 있었군요.+너무 깜깜해서 무서우신 건가요? 그럼 제가 노래를 불러드릴게요.+"환희여, 아름다운 신들의 광채여, 낙원의 딸들이여!"
()지휘관||:"우리 모두 정열에 취해 빛으로 가득한 성소로 들어가자."+베토벤의 교향곡 제9번을 좋아하는구나?
Henrietta(1)헨리에타||:그날, 모두 함께 유성우를 보면서 불렀어요.+기분 나쁜 일이 있더라도, 이 노래를 부르면 즐거웠던 그때가 기억나서 마음이 편안해져요.
()지휘관||:괜찮은 방법이네.
()||:이런 대화가 꽤나 즐거운지, 키득키득 웃는 소리가 들렸다.+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, 헨리에타가 걸음을 멈췄다.
Henrietta(1)헨리에타||:다 왔어요. 안젤리카의 "비타"가 제일 가까워서 쉽게 찾았네요.
()지휘관||:여전히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?
Henrietta(1)헨리에타||:여기 문이 있잖아요, 정말 안 보이세요?
()||:헨리에타가 나와 맞잡은 손을 뻗자, 정말 문이 열린 것처럼 어둠 너머로 빛이 새어 들어왔다.
Henrietta(1)헨리에타||BGM_Empty<白屏1>:들어가요, 죠제 씨.
()||AVG_Door_Open_CloseGF_xGS2_25<白屏2>265:그 빛을 향해 발을 내딛는 순간, 시끄러운 소음과 한층 더 눈부신 빛이 나를 덮쳤다.+갑작스런 환경 변화에, 나는 발을 더 내딛지 못하고 손으로 눈을 가려야만 했다.
Carcano1891(2)카르카노M1891||:마르코 씨~! 빨리 안 오시면 두고 갈 거예요!
()지휘관||:마르코...?+마르코는 안젤리카의 담당관의 이름일 텐데?+그나저나, 카노 너 여기 있었구나...
Carcano1891(2)카르카노M1891||:갑자기 무슨 말이세요? 전 계속 여기 있었는데요?+아직도 잠이 덜 깨셨어요?
()||:정신을 차리고 보니, 카노와 함께 낯선 거리에 있는 나를 발견했다.+유리로 된 빌딩도, 대형 스크린도 없는, 소박하면서도 튼튼하게 세워진 건물들이 늘어선 거리. 이곳에서 눈부신 것은 저 하늘의 태양이 전부였다.+내가 학교에서 배운 것을 아직 제대로 기억하고 있다면, 여기는 3차 대전 이전의 로마다.+그리고 어찌 된 영문인지 헨리에타가 돌연 모습을 감췄다. 당황한 나는 주위를 두리번댔지만, 그 아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.
()지휘관||:......+헨리에타?
()헨리에타의 목소리||:저 여기 있어요, 죠제 씨 옆에요. 그런데 어째선지 죠제 씨도, 다른 물건도 만질 수가 없어요.+죠제 씨는 제가 안 보이세요?+다른 사람의 "비타"에 들어와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, 이게 정상인지 잘 모르겠어요...
NPC-Kalin(3)카리나<通讯框>||:역시 그렇구나...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언제, 어디서, 무슨 일이 일어날지 다 사전에 설정된 상태라, 각본에 없는 사람이 "이야기"에서 제외된 거예요.
()지휘관||:그럼 내가 카노와 대화할 수 있는 건 어째서지?
NPC-Kalin(3)카리나<通讯框>||:방금 그 안으로 들어서실 때 지휘관님의 계정이 저절로 그 "마르코"란 사람의 것으로 전환됐어요. 그것도 사전 설정 때문 아닐까요?
()지휘관||:그러니까, 이 공간에서 또 다른 인물을 연기해야 한다는 거야?
NPC-Kalin(3)카리나<通讯框>||:그런 셈이죠... 아, 아무튼 힘내세요!
()헨리에타의 목소리||:죄송해요... 죠제 씨한테 "비타"로 들어가자 한 건 저인데, 전혀 도와드릴 수가 없어서...
()지휘관||:괜찮아,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 충분해. 내가 또... 바로 기억 못하는 게 있을 때, 아는대로 대답해 주겠니?
()헨리에타의 목소리||:아...! 네! 궁금한 게 있으시면 얼마든지 물어보세요!
()지휘관||:좋았어... 그럼 이 "마르코"의 연기를 해볼까.
Carcano1891(2)카르카노M1891||:마르코 씨...? 왜 갑자기 말이 없으세요?+혹시 제가 두고 간다고 해서 화나셨어요? 농담인데...
()지휘관||:아, 아니, 화 안 났어.+네가 무사해서 다행이다.
Carcano1891(2)카르카노M1891||:으응? 저야 당연히 아무 일도 없죠. 마르코 씨 오늘따라 이상해요.+아차! 서두르지 않으면 돌아가는 열차를 놓치고 말아요!+늦게 돌아가면 마르코 씨 또 쟝 씨한테 혼날 거예요!+쟝 씨가 화나서 마르코 씨 쫓아내면 어떡해요!
()||<黑屏1>:내 옷자락을 잡아당기는 카노를 따라, 나는 헐레벌떡 로마의 거리를 달렸다.+아무래도, 카노는 나를 그리폰의 전술지휘관이 아니라 이 세계의 담당관 "마르코"로 인지하고 있는 것 같다.+기억이 수정된 건가? 그래서 인형들의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건가?+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밝혀내려 왔건만, 오히려 의문만 쌓여 갔다.
Carcano1891(2)카르카노M1891||73<⿊屏2>:오늘 일과 훈련 끝났습니다!
()지휘관||:작전 기록 확인했어. 훌륭해.
Carcano1891(2)카르카노M1891||:헤헤헤, 카노는 최고의 의체라고요!+마르코 씨 마르코 씨, 오늘 잘했으니까 약속한 상 주세요!
()지휘관||:상...? 무슨 상?
Carcano1891(2)카르카노M1891||:에――이, 마르코 씨 벌써 까먹었어요?+훈련 성적 좋으면 저번의 그 동화책 다음 권 사 주신다고 했잖아요!
()지휘관||:동화책이라니?
Carcano1891(2)카르카노M1891||:아이 참! "파스타 왕자 이야기" 말이에요!
()||:편리하게도, 이 계정에는 이 공간의 시간을 조작하는 권한이 있었다. 지금은 내가 이 "비타"에 들어왔을 때의 시간대로부터 사흘가량 지난 시점이다.+각본을 일시정지시키니, 카노는 내 앞에서 조금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그대로 굳어버렸다.+다시 한번 설정을 확인해본 결과, "파스타 왕자"란 이 마르코라는 담당관이 자신의 의체를 위해 지어낸 이야기임을 알아냈다.+하지만, 지금 시점으로선 그 동화책이 시장에 출판되진 않았을 터다.
()지휘관||:헨리에타, 너도 그 이야기 아니?
()헨리에타의 목소리||:공사에서 엄청 인기 있는 동화예요.
()지휘관||:하지만 바깥에서 사 온 책은 아니지? 마르코와 다른 직원들이 함께 지어낸 이야기잖아.
()헨리에타의 목소리||:네... 그렇지만, "비타" 안에서는 무슨 일이든 가능해요.
()지휘관||:그렇구나. 다 사전 설정 때문이란 건가...
()||:나는 다시 각본을 재생했고, 카노는 계속해서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나를 뚫어져라 바라봤다.
()지휘관||:...그래, 깜빡하고 있었네.+오늘은 정말 잘했으니, 당연히 상을 줘야겠지.
Carcano1891(2)카르카노M1891||:그럼...!
()지휘관||:지금 바로 사러 갈까?
Carcano1891(2)카르카노M1891||:와아! 마르코 씨 최고!
()||:신이 난 카노는 폴짝폴짝 뛰면서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.+사실, 난 이미 이 "각본"을 몇 번이고 훑어봤다. 하지만 무언가 알아낼 수 있을까 싶어 시간대를 변경해 봐도, 전혀 소득이 없었다.+카노의 기억은 돌아올 기미가 없었고, 이 "비타"의 원래 주인인 안젤리카도 아예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.+이 각본 내의 공사에 등록된 의체 명단에마저 안젤리카의 이름이 없었고, 그 아이가 등장해야 할 장면을 어째선지 카노가 대신하고 있었다. 그나마 다행인 점은, 공사와 의체에 관한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.
()지휘관||:의체는 역시 인형에 비해서 너무나도 비효율적이군. 인체 개조 덕분에 소녀의 몸으로 신체 능력이 일반 성인 남성을 아득히 뛰어넘지만, 이 정도는 신분을 위장한 특수 기관으로서나 쓸모 있는 수준이야.+그리고 무엇보다, 비인도적 행위가 도를 넘어섰어. 수명을 대폭 단축시키면서까지 정신에 족쇄를 채운 주제에, 마치 선심이라도 쓰는 양 생활 환경은 또 멋들어지게 꾸미다니.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기관을 만든 거지?
NPC-Kalin(3)카리나<通讯框>||:지휘관님, 들리시나요?
()지휘관||:뭣 좀 찾아냈니?
NPC-Kalin(3)카리나<通讯框>||:그 공간의 설정을 살펴봤는데, 수정은 해당 권한 소유자만 가능한 것 같아요.
()지휘관||:외부에서는 수정이 일절 불가능해?
NPC-Kalin(3)카리나<通讯框>||:외부에서의 접근을 계속해서 거절하고 있어요. 제 생각엔,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선 그 안젤리카란 아이부터 찾아야 할 거 같아요.+"각본"이 아직 진행 중이니, 이야기의 끝을 본다면 설정도 해제되지 않을까요?
()지휘관||:이야기를 정해진 결말로 이끌어 가야만 한단 거군.
NPC-Kalin(3)카리나<通讯框>||:그런 셈이죠.+왜 이야기의 주인공인 안젤리카의 역할을 카노가 대신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, 그 아이도 등장인물인 이상 분명 만나게 될 거예요.
()지휘관||:정말 그럴까?
NPC-Kalin(3)카리나<通讯框>||:이건 각본 있는 이야기니까요. 어떤 장르라도, 이야기의 주인공은 언제까지고 자리를 비우지 않는 법이에요.
()지휘관||<黑点1>:너무 형이상학적인 논리인데... 뭐, 다른 수도 없으니 일단 그렇게 해볼게.